[신화망 베이징 5월22일]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저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차담을 나누며 푸틴 대통령의 25번째 방중 일정을 따뜻하고 친밀한 분위기로 마무리했다.
이는 시 주석이 며칠 사이 방중한 국가원수를 위해 마련한 두 번째 차담회(茶談會)였다. 앞서 이목이 집중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기간에도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중난하이(中南海)로 초대해 여유롭게 산책한 후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의 정상 외교에는 문화적 요소가 자주 등장하는데, 특히 차담은 방중 고위 인사들과 개인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한 '시그니처 외교'로 자리 잡았다.
◇차담(茶談)
밝은 노란색 도자기 다기(茶器)에 담긴 차를 마시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양국 협력의 미래 발전 방안을 구상했다.
두 정상 간의 차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에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중난하이의 수변에서 만나 차를 마셨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였다.
시 주석은 해외 순방 중에도 특히 차 마시는 문화를 공유하는 국가의 지도자들로부터 차담 초대를 받곤 했다. 지난해 5월 모스크바 방문 시에는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에서 함께 차담을 나눴다.
차 애호가로 알려진 시 주석에게 차는 단순한 개인 기호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국에서 시작돼 이제는 전 세계가 즐기는 차는 핵심 중국 문화 사절 역할을 하고 있다.
차는 환대와 존중을 상징하며 열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차분하고 품격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푸틴 대통령 외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자 국가주석 등 여러 해외 정상들이 시 주석의 차담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주최하는 고위급 회동에서 외국 손님들에게 외교 선물로 고급 차와 정교한 중국 다기 세트를 자주 증정해왔다. 지난 2017년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는 푸젠성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차 5종을 엄선해 선물했다.
◇차 애호가
전통문화 옹호자인 시 주석은 중국 차 산업의 성장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차 중심의 문화 교류를 장려해왔다.
시 주석이 공직 생활 초기 지방 관료로 근무했던 푸젠성은 1천600년이 넘는 차 재배 역사를 자랑하며 홍차, 백차, 우롱차 등 다양한 품종을 생산한다.
시 주석은 "푸젠성에서 17년 반 동안 일했다"며 "그곳에 있는 동안 주로 궁푸(工夫)차를 마셨다"고 말했다.
궁푸차는 우려낼 때마다 변하는 찻잎의 풍미를 즐기는 중국 전통 다도 방식이다. 그는 "다만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푸젠성과 저장(浙江,룽징(龍井)차 산지)성에서 쌓은 수십 년의 지방행정 경험 덕분에 시 주석은 차 문화 및 차 산업과 관련해 직접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력을 갖게 됐다.

1988년 시 주석은 당시 푸젠성의 낙후된 지역이었던 닝더(寧德)의 지구위원회 서기로 부임했다. 그는 닝더의 현(縣)과 향진(鄉鎮)들을 두루 돌며 작은 찻잎이 빈곤을 구제하고 지역 경제의 잠재력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닝더의 차 재배 마을 탄양(坦洋)촌은 100여 년 전 이미 국제적 명성을 얻은 홍차의 발상지다.
시 주석은 수차례 마을을 재방문하며 차 수확량과 품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과학적 관리 기술을 장려하고 주민들에게 과거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강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도록 당부했다. 오늘날 탄양촌과 인근의 수십 개 마을은 찻잎을 바탕으로 탈(脫)빈곤에 성공했다.
시 주석은 이후 저장성 지도자와 중국 국가주석으로 재임하며 차 문화 홍보와 산업 발전을 위해 협력을 추진해왔다. 그는 중국의 문화유산, 농촌 진흥, 녹색 발전에서 차가 갖는 중요한 역할을 강조한다.
◇차로 빚어내는 화합
시 주석은 한때 '차(茶)'라는 한자에 담긴 문화적 함의에 대해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글자의 획들을 분리하면 풀(艹)과 나무(木) 사이에 사람(人)이 놓여 있는 형태인데, 이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를 중시하는 중국 고대 철학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지도자에게 차는 양자 회담에 온기를 더하는 음료 그 이상으로, 다양한 문화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2024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제16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고대 무역로를 따라 차를 통해 이뤄졌던 활발한 교류를 언급했다.
그는 "약 400년 전 양국을 연결했던 '만리차도(萬里茶道)'가 카잔을 지났으며 이를 통해 우이산(武夷山)의 찻잎이 수많은 러시아 가정에 전해졌다"고 말했다.
17세기에 형성된 이 무역로는 절정기에 약 1만3천㎞까지 확장됐다. 200여 년 동안 차 문화의 확산을 지켜봤으며 길을 따라 사람들 사이의 오랜 유대를 만들어냈다.
게리 시글리 베이징외국어대학 국가·지역 연구전문가는 "중국이 말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화합하면서도 부화뇌동하지 않음)'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차가 바로 이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차는 대화의 가교로서 서로 다른 문화들이 교류를 통해 어떻게 서로가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시 주석은 지난 2015년 영국 국빈 방문 당시 만찬 연설에서 "중국은 차의 발상지이며 영국은 애프터눈 티 문화를 정수로 승화시켰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문명이 평등하고 포용적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는 동서양 문명의 조화로운 공존을 설명하기 위해 차와 맥주를 비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4년 벨기에 브뤼헤에 있는 유럽대학 연설에서 "중국인은 차를 좋아하고 벨기에인은 맥주를 사랑한다"며 "절제된 방식으로 차를 즐기는 사람과 열정적인 맥주 애호가는 삶을 이해하고 세계를 인식하는 두 가지 방식을 대표하며 모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말처럼 중국의 '화이부동'이든 서구의 '다양성 속의 통합'이든 결국 핵심은 모두가 "인류 문명의 모든 꽃이 함께 피어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에 있다.
원문 출처:신화통신 한국어 뉴스 서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