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망 톈진 5월4일] 게임 '오토바이 달인(機車達人)'의 라이브방송 앵커 다바이(大白)가 새벽 1시 팬들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끝으로 드디어 퇴근길에 오른다.
"젊은 사람들은 밤 새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라이브방송 시간도 대부분 밤늦게 또는 새벽 시간대로 잡습니다." 다바이는 팬들이 쉬는 시간이야말로 라이브방송 시청의 피크 시간대라며 "사람들이 쉴 때 우리는 바쁘게 일하죠"라고 전했다.
중국 북방 경제의 요충지 톈진(天津)을 가로지르는 하이허(海河) 강변에는 톱니 모양의 옥상에 붉은 벽돌이 어우러진 작은 건물이 즐비해 있다. 이곳에 자리한 '몐(棉)3 창의거리'는 중국에서 가장 먼저 8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곳이다.
그러나 다바이처럼 이곳에서 바쁘게 일하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서는 '9시~5시 근무제'를 벗어나 유연한 근무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 25일 톱니 모양 지붕이 인상적인 '몐3 창의거리'. (사진/신화통신)
몐3 창의거리의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톈진방직 100년 대사기(大事記)'에 따르면 1930년 바오청(寶成)방직공장은 12시간 근무가 오히려 노사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판단 아래 중국에서 처음으로 공장 내 8시간 근무제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역사의 전문가인 민궈수팡(民國書房) 책임자 쉬펑원(徐鳳文)은 1920년대 방직업이 발달했던 톈진시에서 보편적으로 1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노동자들은 '2교대' 근무를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8시간 근무제는 당시 바오청 방직공장 노조가 합법적 권리를 쟁취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신중국(1949년) 건국 이후 공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중국은 유엔(UN) 산업 분류에 속한 모든 산업 분야를 보유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8시간 근무제도 점차 중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새로운 과학기술 및 산업혁명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고, 신산업∙신기술∙신업종 등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전환기에 들어선 중국 경제에서도 디지털 경제, 공유 경제 등이 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인민대학 중국취업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문화산업 취업연구보고서(2020)'에 따르면 디지털 문화산업 중 게임∙e스포츠∙라이브방송∙인터넷문학 등 대표적인 4대 분야에서만 약 3천만 개 일자리가 창출됐고 그중 풀타임 취업자 수가 약 1천14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톈진 하이허 동쪽에 위치한 톈진 몐3 창의거리의 모습을 지난해 5월 25일 드론으로 내려다봤다. (사진/신화통신)
바오청 방직공장이 소재한 이곳에서도 이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5년 개조 공사를 마친 몐3 창의거리는 톈진시 최초로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비즈니스 자문 ▷예술∙전시 ▷뉴미디어 서비스 ▷문화∙레저 등이 어우러진 창의공간으로 거듭났다.
지난 세기에 지어진 공장 건물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브방송 ▷디자인 등 신흥 디지털 문화산업이 들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총 건축면적 22만4천㎡의 창의거리에 입주한 신흥업종 기업은 약 180개로 등록 자본금이 20억 위안(약 3천790억원)에 달했다. 이곳에서 2천여 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한편 전통 업종에서 여전히 시행 중인 8시간 근무제도 개편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문화크리에이티브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노동시간이 유연한 'N시간 근무제'를 선호하는 젊은이가 늘어난 까닭이다.
자오쯔예(趙子葉) 사장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자오 사장은 "매일 오전 시간이 집중하기 가장 좋은 때"라며 "우리는 일을 할 때 절대적 시간의 양이 아니라 몰입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자오 사장이 경영하는 모나스(末那識)디자인은 2019년 톈진 몐3 창의거리에 입주했다. 30여 명의 디자이너 가운데 대부분이 90년대생이다. 그는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것은 몇 시간 일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밤에 영화를 보다 갑자기 영감이 떠오를 수 있는데 구태여 책상에 묶어둘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쉬펑원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면서 12시간 근무에서 8시간으로, 이어 유연한 근무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문화 부문 신업종으로 분류되는 16개 업종에서 9천407억 위안(178조2천720억원)의 매출이 창출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것으로 문화기업의 평균 성장률을 1.3%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자오쯔예 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면서 "중국 경제에서 신업종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 세대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원문 출처:신화통신 한국어 뉴스 서비스